■   논단

시간의 재분배와 젠더평등

/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

이 글은 젠더평등gender equality을 사회적 시간 분배의 관점에서 다룬다.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해체되고 맞벌이로 전환되었지만, 가사 및 양육 부담은 여전히 여성이 짊어지고 있다. 여성이 시장 노동과 재생산 노동의 이중 부담double day을 짊어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젠더 정의gender justice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 재생산의 위기, 즉 인구 재생산과 노동력 재생산에서의 총체적 위기를 낳는다. 이러한 위기는 여성의 이중 부담을 해소하여 여가시간 평등의 원칙을 실현할 때 비로소 극복될 것이다. 이는 또한 사회적 시간의 분배의 문제에서 젠더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은 양육 노동을 젠더평등하게 분배하여 여성의 이중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사회적 조건을 탐색한다. 이 점에서 이 글은 여가시간 평등의 실현을 위한 객관적 시간 조건에 관한 모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사회적 시간 분배에서의 젠더불평등의 역사와 현황을 살피고 구체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에는 약간의 일반적 설명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시간 분배를 규율하는 시간 레짐time regime의 기능과 역사적 전개에 대한 설명, 시간 경제economy of time와 자본주의적 시간 분배의 특징, 나아가 자본주의적 시간 경제의 작동 안에서 신자유주의 시간 레짐이 지닌 종차種差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시간 분배를 규율하는 젠더 특유한 시간 레짐인 성별 분업의 역사와 현황을 개괄하고, 젠더평등을 시간 역량time potential과 시간 복지time welfare의 관점에서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시간 분배”는 이 글이 여성의 이중 부담과 사회 재생산 위기라는 주제를 접근하는 가장 중요한 관점이다. 그래서 글의 앞부분은 젠더의 관점에서 사회적 시간 분배를 살펴본다. 물론 이 글의 실용적 목표와 제한된 분량으로 인하여 이러한 논의를 상세하게 전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와 같은 개괄적 논의는 글의 뒷부분에 다루게 될 젠더 시간 불평등 현황과 실제적인 해법에 대하여 보다 선명한 개념적 윤곽을 제공할 것이다.

1. 시간 분배와 시간 레짐

1) 자연적 크기로서의 시간, 그 보편성과 개별성, 양과 질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양적 크기로서 하루의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렇지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같은 사람에게 주어진 같은 양의 시간이라도 그 시간의 질은 다를 수 있다. 물론 그와 같은 상이한 질은 같은 시간량에서 이루어진 활동 결과의 양적 크기로 표현되고 상호 비교될 수 있다. 하루 활동의 결과를 양으로 환산해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날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결과물의 양으로 환산될 수 없는 주관적 만족의 측면에서도 같은 시간량이 동일한 질을 뜻하지는 않는다. 행복한 하루도 있고 불만족스러운 하루도 있다. 이것으로써 자연적 크기로서 시간의 보편성과 개별성, 양과 질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물론 자연적 시간에 대한 보다 치밀한 논리적 분석을 전개할 수도 있고 시간 철학의 지평에서 자연적 시간과 개별성의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논의는 이 글이 다루려는 주제와 크게 상관없으며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다.

43호_시간의 재분배와 젠더 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