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편의점 알바가 단체교섭으로 가는 길

/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

일단 이 문장으로부터 시작해 보자.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는 노동3권을 가진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단체교섭도 하고 파업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 정규직노동자들의 단체교섭과 파업은 (정부와 언론의 부정적 과잉 선전에 의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처지가 많이 다르기는 해도 같은 노동자인 편의점 알바를 떠올려 보자. 편의점 알바가 노조, 단협, 파업? 상상조차 하기 쉽지 않은 장면이다. 사례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것이며, 편의점 알바에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찾아 먹으라고 적어 둔 우리 권리를 애써 무시할 이유는 없다. 상상해 보자. 편의점 알바 K가 단체교섭과 파업에 이르는 길을.

알바 K, 결심하다

알바 K는 편의점 알바 전문이다. 스물다섯인 올해까지 편의점 알바만 줄곧 했다. 쿨한 점주를 만나 꿀 빨았던 시절도 있었고,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점주를 만나 고생한 시절도 있었다. 그저 ‘쇳복’에 자기 운명을 맡겼던 그는 무슨 바람이 들어선지 노조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편의점에 일하는 알바는 셋이었는데, 근무시간 이 달랐기 때문에 교대할 때 이외에는 만날 일이 없다. K는 만나기도 어렵고 오래 일한다는 보장도 없는 이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편의점에서 따로 노조를 만든다는 생각을 접었다. 왜냐하면 현행법상 혼자 노조를 결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은 있어야 한다.

인터넷을 뒤져 ‘알바노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노조라니? 이게 가능한가? 통화로 상담한 노조 직원 말에 따르면 알바노조는 인가를 받은 정식 노조로 단체협상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속는 셈치고 가입해서 조합원이 됐다. 이제부터가 가장 어려운 장면이다. 과연 그는 점주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었을까?

요구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편의점주가 너무 가난해 서 자기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100만원도 벌지 못하 는 달이 허다했다. 본사로 매출의 35%를 보내야 했고, 월세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기껏 K가 할 수 있었던 요구는 주휴수당을 챙겨 달라는 것, 비는 시재를 바로 공제하지 말라는 것, 손님이 없을 때 의자에서 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임금 인상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지만, 점주는 K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내가 마 버는지 알지 않느냐. 바로 앞에 점포가 하나 더 생겼다. 여기서 장 사를 접으면 위약금이 1억이다.” 점주는 K를 즉시 해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불가능하다. 비현실적이라 할 만한 열정을 교섭을 향해 쏟아 부 었던 알바 K의 노력은 여기까지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은 편의점 알바 K에게까지는 닿지 못한다.

본사 교섭, 못할 이유 없다

차가운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조금 더 상상을 진전시켜 보자. 만약 우리가 점주가 아니라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면 떨까?

편의점 본사는 알바들이 벌어들인 총 매출의 35%를 가져간다. 같은 인테리어, 같은 정책, 같은 유니폼을 요구한다. 포스기를 감독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진상 손님을 가장해서 알바들의 대응을 체크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실상 편의점 점주와 함께 ‘공동 고용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근로계약서상‘ 갑’이 아니라고? 맞다. 그들은 계약서의 법적 주체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어떤 근로 계약서에도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CU ××점’처럼 말이다.

그동안 누가 돈을 벌었는지 봐야 한다. 편의점 CU를 소유한 BGF 리테일 2015년 순이익은 1,836억원이다. 2014년에는 1,241억원을 벌 어들였다. 홍석조 회장은 2014년부터 주식가격이 4배 오르면서 앉아 서 1조원 넘는 이익을 챙겼다. 참고로 홍석조 회장은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의 동생이다. 2014년부터의 3년은 다른 이들에 게는 피눈물의 3년이기도 했다. 위약금과 수수료에 괴로워하던 CU 점주들이 여럿 자살했다. 편의점 알바 시급은 언제나 최저임금이었고, 그나마도 온전히 받아 내면 다행이었다. 점주도 알바도 빨대를 꽂힌 채 쪽쪽 빨아먹힌 셈이다.

직접 채용한 게 아니니 본사와 교섭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이제 접어 둬야 한다. 법리상 안 된다고? 자본주의니까 안 된다고? 그 렇다면 법을 바꿔야 하고 세상을 뒤집어야 한다. 2015년 미국 노동관계위원회NLRB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또는 하청업체 종업원들이 본사 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NLRB는 이 역사적인 판결문에서 노동환경이 극적으로 변했다며 사용자의 개념 자체를 확장시키는 선택을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접적인 통제도 단체교섭의 조건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NLRB 결정의 전문은 http://apps.nlrb.gov/link/document.aspx/09031d4581d99106을 보라.)

본사가 협상 대상이 된다면, 알바들은 점주 하나하나를 상대할 것도 없이 일괄적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점주들은 본사와의 갑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수료율을 낮추고 위약금을 없애면서 알바들의 시급을 대폭 인상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의 칸사이레미콘노동조합은 직접 레미콘 가격 협상에 개입함으로써 강력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편의점 알바들이 가맹점주와 본사의 부당한 거래 조건에 개입 못 할 이유가 없다. 그 부당한 거래 조건이 우리의 숨 줄까지 죄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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