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양철학 산책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 임영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에 새겨진 글귀는 이렇게 끝난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 “무서운” 글귀가 새겨진 문을 지나 아케론 강을 건너면 지옥의 첫 번째 고리에 다다른다.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가 쓴『신곡』의「지옥편」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그곳은 림보limbo(가장자리)로 불리는 곳이다. 아무런 죄도 짓지 않았고 업적도 있으나 그리스도를 몰라 세례를 받지 못하는 자들이 머물고 있다. 그리스도 이전 시대에 살았던 “위대한 영혼들”이 머무는 곳.

시인이라는 단테의 정체성에 맞게, 이곳에서 처음 만나는 “성현들”은 네 명의 고대 시인이다. 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이들 시인 중에서 왕은 호메로스다. 시인으로서 단테가 품고 있는 소망과 자부심은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들은 더 큰 영광을 내게 베풀었다.
 나를 초청하여 내가 그들의 무리 중에서
 여섯 번째가 되도록 한 것이다.

    (단테,『신곡』, 지옥편 제4곡 100~102)

단테를 안내하는 베르길리우스 또한 그리스도 이전에 태어났기에 구원을 받을 수 없고 이 림보에 머무는 인물이다. 이 다섯 명의 위대한 시인에 이어 여섯 번째로 그 반열에 오르는 단테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시인 외에도 림보에서 만나는 고대의 인물이 여럿 등장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고대의 철학자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시인들과 함께 “일곱 개의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으로 들어간다.

 눈썹을 더 높이 들어 올리자
 철학자 가족 가운데 앉을 만한
 사람들의 스승이 보였다.

 모두가 그를 우러르고 그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단테,『신곡』, 지옥편 제4곡 130~135)

여기서 “사람들의 스승”은 아리스토텔레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중세 때는 흔히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냥 “철학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우러러보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로 이어지는 중세철학의 정통 계보를 단테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철학자 중에서 왕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 다음에도 철학자들의 이름이 이어진다.

 세상을 우연의 산물로 본 데모크리토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제논, 헤라클레이토스가 보였다.

     (단테,『신곡』, 지옥편 제4곡 136~138)

중세에 이르면 거의 잊힌 인물로 흔히 생각되는 데모크리토스 Dēmokritos(기원전 460년경 ~ 기원전 370년경)를 단테가 굳이 거론한 것이 뜻밖이다. 게다가 데모크리토스를 “세상을 우연의 산물로 본” 철학자라고 콕 집어 말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데모크리토스가 정말로 세상을 우연의 산물로 보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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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_철학산책_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