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평

가짜 기본소득과 진짜 기본소득운동

/ 김태호 박종철출판사 대표

기본소득이 이번 대선에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만한 징후는 적지 않았다.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훨씬 이전인 2016년 6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김세연, 국민의당 김성식 등의 의원들이 모인 ‘어젠다 2050’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조기 대선이 확실시될 즈음에는 기본소득과 대선을 연계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잠룡들, ‘기본소득제’ 깃발 … 복지·경제 공약 화두 되나」(『연합뉴스』2016년 12월 25일),「대선 주자들 ‘기본소득’ 도입 논의 본격화」( 『서울경제』 2016년 12월 25일),「대선 주자들 너도 나도‘ 기본소득제’」( 『한국경제』 2016년 12월 26일),「이번 대선 최대 이슈는 기본소득」(『한겨레21』 제1145호, 2017년 1월 10일) 등등. 심지어 한 경제 전문지는 2017년 4월이 되어도「‘재벌 회장에게 용돈?’ 오명 벗은 기본소득, 본선에선 어떤 활약할까」(『머니투데이』 4월 12일)라는 기사를 실었다.

모두 알다시피 기본소득은 대선에서 의미 있는 논점이 아니었다. 청년수당을 도입해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으면서도 기본소득에 지지를 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하자고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 김부겸 의원은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을 실시하던 이재명 시장은 수급 범위를 넓혀 기본소득을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종인, 정운찬 등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면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을 비쳤던 몇몇 인물은 막상 후보 등록기간이 되자 생각을 바꿔 출마를 포기했다. 2016년 가을 국회 비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 도입 의사를 밝혔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 유일하게 ‘농민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들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물론 기본소득 없는 대선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그동안 한국에서 기본소득운동에 앞장섰던 세력에게 있을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당과 녹색당은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또는 못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나 기본소득공동행동(준)도 대선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하여 ‘링 위에서’ 의미 있는 행동을 펼치지 못했다. 2016년 하반기와 2017년 상반기에 많은 토론회와 ‘정책 배틀’이 진행되어 기본소득과 그 밖의 복지정책이 비교되면서 논의가 진행되긴 했지만, 후보의 입을 통해 기본소득이 쟁점이 되지는 못했다.

‘가짜’ 기본소득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공범들이 저지른 일이 폭로되고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마침내 한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되고 관계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예정보다 일찍 대통령 선거에 돌입한 내내,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예전 같으면 “유언비어”라 불렀을 그런 “가짜 뉴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에 의해 생산돼 어떻게 유통되며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다룬 보도를 놓고 또 진짜이네 가짜이네 다투고 있고, 아예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다루는 것이 뉴스의 한 꼭지가 되기도 했다.

이 글도 “팩트 체크”에서 시작하기로 하겠다. 먼저 2017년 2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상이 공동대표의 칼럼「지금 기본소득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를 보자.『 좌파』 2017년 3월호 「책 머리에」가 이미 다룬 바 있는 글이지만, 여기서는 몇 가지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탄핵과 대선 국면을 맞아 기본소득 제도가 세간의 이슈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거의 전부가 가짜다. 우리나라의 기본소득 옹호자들이 의도했던 것이겠지만, 다수의 언론들도 기본소득제도의 본질과 핵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외국 사례들을 마치 기본소득인 양 잘못 보도하는 많은 오류를 저질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기본소득의 핵심과 본질에서 벗어난 가짜 기본소득으로 정치사회적 시민권을 얻으려 한다는 의심을 충분히 받을 만하다.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등장한 것 “거의 전부가 가짜”라는 이상이 공동대표의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나씩 보기로 하자.

김부겸 의원은 21명의 발의자를 대표해 2017년 1월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청년기본소득법 발의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수급권자를 19세 이상 29세 이하인 비정규직 취업자와 실업자로 정하고 있다. 이때 비정규직 취업자란「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간제,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를 말하며, 실업자란 “실업을 신고하고 구직급여 수급자격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청년기본소득액”은 “청년 한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월 생활비용”에서 ‘법정 시간급 최저임금을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유급휴가를 포함한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을 뺀 액수다. 대략 20만원이며,146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은 그 이름이 어떠하든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있거나 구직 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수급권을 얻기 때문이다. 노동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지급된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김부겸 의원 등이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에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막을 길은 없다. 그 명칭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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